2012 Busan Biennale Curator Talks: 6th October in Busan at the Busan Art Museum
큐레이터가 전시를 기획할 때는 “전시”를 정의하는 다양한 해석과 이를 실현하는 방식에 개별적이고 고유한 태도를 저마다 갖고 있을 것입니다. 제가 기획하는 전시는 <예술프로젝트의 결과를 보여주는 방법, 장소 그리고 행위> 등에 주로 해당 됩니다. 즉 저는 이미 제작된 작품을 모으는 방식보다, 새 프로젝트에 맞는 작가를 선정하고, 주제에 맞는 작품, 때로는 예상치 못하는 결과를 동반하는 작업을 생산하고, 동안에 작가들이 서로 만나고, 거기에 맞는 글이 전시와 함께 나오는 방식을 선호하고 있습니다. 이런 과정의 결과물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제가 실행하는 전시라는 것이 갖고 있는 역할이 됩니다. 이런 방법은 제가 큐레이터 이전에 주로 작가로 일하기 때문에 두 방식이 서로 닮아있다고 생각이 듭니다.
저에게는 전시란 돌과 나무 같은 하나의 재료가 되는 동시에 영감이 필요합니다. <배움의 정원>의 거점이 된 부산은 제 기획의 출발점이자 영감이 되었습니다. 전시제목 <정물을 위한 정물 사진전>은, 애정을 갖고 있는 물체를 정물화처럼 재현한다는 의미에서 바로 풍경사진을 다른 방식으로 이야기를 한 것입니다. 전시를 구성하는 방법에 있어서, 개인적으로 최근 많은 관심을 갖기 시작한 풍경사진이라는, 미술사에 늘 있어왔던 클래식한 방식으로 부산이라는 주제를 접근해보고 싶었습니다. 이유는 자극적이고 입체적인 작품이 대세를 이루는 비엔날레에서, 원래 취지에 맞게 지금도 계속 생산되고 있는 동시대의 작가들을 데려와 단지 자연스럽게 비엔날레로 옮겨오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풍경을 주제로 오랫동안 작업해오는 작가들께 부산을 무대로 작업을 부탁 드렸습니다. 공교롭게도 제가 섭외한 세 작가는 부산에서 작업 경험이 전혀 없었습니다. 그래서 여기서 한가지 정정할게 있는데, 보도자료에는 “타지인으로 구성된 풍경”이라고 되어있는데, 제 의도는 정반대입니다. 그게 아니라 작가의 고유한 시각으로 재생산된 부산의 이미지”입니다.” 저는 외부인이 보는 특별한 부산의 시각이 아니라 작가의 고유의 감성이 녹아있는 부산의 재현된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전시장까지 오지 못하는 부산시민의 작품감상 참여의 확대를 꼭 하고 싶었고, 그래서 작품 세 점을 골라 부산 시내에 곳곳에 설치 했습니다. 겉보기엔 정적인 전시지만 작가들 사이에 시민들이 걸어 다니는 부산시내에서 어떤 역할을 했던 그런 전시이기를 기대합니다.
짧게 작가들 작품을 설명하자면, 한성필작가는 풍경을 대상으로 실제와 가상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최근에 몇 년 동안 실제장소에 설치하고 사진을 찍는 작업을 하고 계신데요, 모든 작가가 그랬듯이 부산에서는 첫 작업이십니다. 부산이라는 도시에서 자연스레 느끼는 감정 “밀도”라는 주제로 작업을 하셨습니다. 박호상 작가는 사라져가는 것에 대한 풍경이미지를 최근에 계속 작업해오고 계신데, 역시 부산의 북부 기장을 중심으로 민박집, 노인정, 길에 있는 자판기 등 지금은 보기 힘든 것들에 대해 보여주고 계십니다. 프랑스 작가 고티에 시비라는 풍경사진이긴 한데, 원래 지도에 그려진 경계면을 따라다니는 작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부산 시내 곳곳에서 촬영이 되었는데요, 작업과 동시에 쓰신 작가 노트를 보면 그 이유를 자세히 알 수 있습니다.
작가들이 풍경을 바라보는 시각, 작품의 크기, 인쇄의 종류, 색감의 느낌 등을 비교하시면서 보시면 작가들이 부산의 어떤 감정을 담았는지, 3분만에 볼 수 있는 이 전시를 좀 더 오랫동안 재미있게 감상할 수 있을 거라 생각이 듭니다.